"옆 구역 동료가 개한테 물렸대요." 10월 하순, 검침을 돌던 중에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소방청 통계로 2017년부터 7년간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15,692명, 한 해 평균 2,200명이 넘는다는 기사(출처: 아시아경제)를 볼 때만 해도 "나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그 숫자 안에 제 동료가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검침원 현장, 그날 일어난 일어느덧 10월 하순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저는 5차 검침 22일자 구역을 돌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근 구역을 담당하던 동료가 현장에서 개에게 물렸다는 겁니다.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바지 오른쪽 부분이 완전히 찢겨 나가 있었고, 물린 자국에서는 피가 ..
검침을 다니다 보면 논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전봇대를 자주 봅니다. 수확철이 되면 콤바인이 그 앞에서 멈추고, 기계가 못 가는 자리는 사람이 낫으로 직접 벱니다. 이런 전봇대를 지장전주라고 부른다는 걸 저도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봤습니다. 전국 사유지에 160만 개가 넘게 박혀 있다고 하니, 이 불편을 혼자 감당해온 분들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사유지 전봇대, 그냥 두어야 하는 걸까요?검침 일을 하면서 이맘때가 되면 꼭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전봇대, 옮길 수 없냐"는 겁니다. 처음 몇 번은 "한전에 문의해 보세요"라고만 답했는데, 같은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 제가 더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었습니다.지장전주란, 사유지 위에 설치되어 있어 토지 소유자의 생활이나 영농 활동에 실질적인..
계약전력을 꼬박꼬박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고지서를 펼쳐보니 평소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 찍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검침 현장에서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초과요금이 단순히 돈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방치된 초과 부하는 차단기 고장으로, 차단기 고장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0월 중순, 제가 직접 맞닥뜨린 비닐하우스 화재 현장이 그 증거였습니다. 계약전력 초과, 숫자로 따지면 얼마나 무거운가10월 중순의 농촌 검침길은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수확철을 앞두고 벼가 고개를 숙인 들판을 지나 첫 번째, 두 번째 농막을 순서대로 돌았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농막에 도착했을 때,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와 계량기가 흔적도 없이 타 버린 현..
지난 9월, 대학가 지역을 돌며 검침하던 중 한 아주머니께서 불쑥 물으셨습니다. "검침일 바꾸면 요금이 진짜 달라져요?" 그 자리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 드린 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담당 검침원으로 직접 현장을 다니는 사람인데, 같은 동네 비슷한 집끼리 여름 고지서가 수만 원씩 차이 나는 걸 두 눈으로 봤거든요. 검침일 하나가 요금을 어떻게 갈라놓는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 봅니다. 검침 종류부터 알아야 하는 이유제가 현장에서 하는 검침 방식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방문검침, 원격검침, 희망검침, 부재검침이 있는데, 이 구분이 검침일 변경 신청과 직접 연결됩니다.원격검침이란 검침원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계량기 수치가 통신망으로 자동 전송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반면 방문검침은 검침원이 직접..
전기가 안 들어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저는 차단기를 확인시킨 다음 꼭 이렇게 묻습니다. "계량기 화면에 숫자가 보이세요?" 이 질문 하나로 문제가 집 안쪽인지, 한전 설비 쪽인지 대부분 갈립니다. 정전이면 무조건 한전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실제로는 전봇대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인입선이나 캐치홀더 퓨즈가 끊어진 경우도 꽤 많습니다. 전력량계 화면으로 원인 범위 좁히기저번 주에 현장 작업 중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담당하는 구역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분이었는데, 비닐하우스와 농막에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저는 일단 차단기가 올라가 있는지를 확인하시라고 했고, 그다음에 전력량계(전기 사용량을 측정하는 계량기로, 건물 외벽이나 전봇대 인근에 설치된 기기입니다) 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곰장어 가게 체납 건으로 단전을 나갔습니다. 세입자는 월세까지 밀린 채 연락이 끊겼고, 현장에는 건물주 혼자 남아 계셨습니다. "전기를 끊으면 가게 안은 어떻게 치우라는 거냐"며 화를 내셨는데, 그날 제가 안내해 드린 방법이 '대체신설'이었습니다. 밀린 전기요금을 내지 않고도 같은 자리에서 전기를 다시 쓸 수 있는 절차입니다. 직권단전,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직권단전이란 한국전력이 요금 미납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 계량기를 강제로 차단하는 조치입니다. 쉽게 말해 납부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용자의 전기를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끊는 것이고, 이 조치가 이루어지면 해당 계약은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게 됩니다.제가 방문한 현장은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좌측에는 오토바이센터, 우측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