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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개 물림 사고 (검침원 위험, 견주 책임, 안전 대책)

고리인 2026. 10. 22. 20:00

목차


    "옆 구역 동료가 개한테 물렸대요."

    10월 하순, 검침을 돌던 중에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소방청 통계로 2017년부터 7년간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15,692명, 한 해 평균 2,200명이 넘는다는 기사(출처: 아시아경제)를 볼 때만 해도 "나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그 숫자 안에 제 동료가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시골 마을길에 풀어놓은 개

    검침원 현장, 그날 일어난 일

    어느덧 10월 하순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저는 5차 검침 22일자 구역을 돌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근 구역을 담당하던 동료가 현장에서 개에게 물렸다는 겁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바지 오른쪽 부분이 완전히 찢겨 나가 있었고, 물린 자국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고물상 주인 아저씨께 지혈에 쓸 것을 빌려 달라고 해서 응급 지혈을 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태워 보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응급 처치 도구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 씁쓸하게 와닿았습니다.

    동료를 병원에 보내고 나서 저는 제 구역을 마저 끝낸 뒤 그 동료의 남은 구역까지 대신 돌았습니다. 오후 늦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다행히 깊이는 안 물렸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틀 쉬고 복귀한다고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올해 8월에 건물 옥상 통신 중계기 검침을 하러 갔다가 벌집을 건드려 귀 부분을 쏘인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개, 벌, 뱀 같은 위험 요소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농촌 지역을 돌다 보면 두세 집마다 마당에 개가 묶여 있는 건 기본이고, 간혹 줄이 풀린 채로 마당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요약: 검침 현장은 개, 벌, 뱀 등 위험 요소가 상시 존재하며, 동료의 피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야 그 심각성이 더 실감 납니다.

     

    견주 책임,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가

    저는 이 일을 20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목줄이 풀린 개에게 물리면 견주(犬主), 즉 개 주인은 "그냥 조심 좀 하시지 그랬어요"라는 말 한마디로 끝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대충 쉬다가 나머지 검침을 마치고 들어오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이상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견주 과실(過失), 즉 개 주인이 목줄 관리를 소홀히 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 및 민법상 불법행위 조항에 따르면 목줄을 매지 않아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견주가 치료비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여기서 견주 과실이란 단순히 개를 풀어놓은 행위뿐 아니라, 공격성 높은 개를 관리 감독하지 않은 모든 상황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저희처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실 집주인과 언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 달에 또 그 집에 가야 하거든요. 제 경험상 이건 법이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은 사건의 경우, 가해 개는 불법 개 농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유기견(遺棄犬), 즉 주인에게 버려진 뒤 떠도는 개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경우가 많아 공격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 손에 버려진 개가 사람을 가장 위험하게 공격하는 존재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에서도 산책 중이던 주민이 야생화된 유기견에게 물려 중상을 입은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지방·중앙 정부 모두 유기견 유입 경로 파악이나 관리 주체 설정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 물림 사고 발생 시 견주가 부담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줄·입마개 미착용 상태에서 사고 발생 시 견주의 민·형사 책임 성립 가능
    • 피해자 치료비, 휴업 손해,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대상
    • 맹견(猛犬)을 입마개 없이 외출시킬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 유기견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관할 지자체의 관리 책임 문제도 병행 제기 가능
    요약: 견주 과실 책임은 법적으로 명확해지고 있지만, 현장 검침원 입장에서는 법보다 사고 자체가 나지 않는 구조가 먼저 필요합니다.

     

    안전 대책, 앞뒤가 맞아야 한다

    최근 회사에서 안전모, 안전화, 안전장갑, 무릎 보호대, 발목 보호대, 개·곤충 퇴치 용품 등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근로자가 위험 업무를 수행할 때 개인 보호구(PPE,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를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서 PPE란 작업자 신체를 외부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모든 장비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출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한여름 37도 더위 속에서 안전모를 쓰고 안전장갑을 낀 채로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며 검침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착용하면 탈진과 열사병 위험이 오히려 커집니다. 서류상 지급이 완료됐다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식의 탁상행정은 20년 넘게 봐온 터라 그냥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진짜 실효성 있는 대책은 훨씬 간단한 데서 시작됩니다. 입마개를 못 할 사정이 있다면 최소한 개는 반드시 묶어 놓아야 합니다. 맹견 또는 중형 이상의 개를 마당에 방치한 상태로 외출하는 행위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5개 품종을 맹견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품종이 아니어도 공격성이 높은 개를 기질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사고가 난 뒤에야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이번에 동료를 문 개도 몸길이 1m, 체중 20kg 정도의 황색 잡종견이었는데, 사고 전까지는 아무런 관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개뿐 아니라 벌, 뱀을 포함해 크고 작은 위험을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느낀 건, 안전 장비보다 위험 자체를 줄이는 환경이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견주가 개를 묶어 두는 것, 그 하나가 안전장갑 열 개보다 낫습니다.

    요약: 장비 지급만으로는 현장 안전이 해결되지 않으며, 견주의 기본 의무 이행과 제도적 사각지대 보완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검침하러 갔다가 개에 물리면 치료비는 누가 내나요?

    A. 목줄을 매지 않은 상태에서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원칙적으로 견주가 치료비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민법상 불법행위 및 동물보호법에 따라 견주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현장에서 즉각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고, 실제 보상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개에게 물렸을 때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우선 상처 부위를 깨끗한 천이나 옷으로 압박해 지혈하고,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개 물림 상처는 감염 위험이 높아 파상풍 예방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항생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동료를 태워 보낼 때도 지혈이 최우선이었고, 세척과 처치는 병원에서 하도록 했습니다.

     

    Q. 유기견이 왜 더 위험하다고 하나요?

    A. 유기견은 버려진 뒤 먹이를 구하며 생존하는 과정에서 야생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학대받은 환경에서 자란 개는 사람에 대한 공포와 공격성이 동시에 높아져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기 쉽습니다. 남양주 사망 사고의 경우도 불법 개 농장 출신으로 추정되는 개가 문제였는데, 이런 개들은 일반적인 반려견과 행동 패턴 자체가 다릅니다.

     

    Q. 검침원 같은 방문 직군은 개 물림 위험에 대해 별도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위험 업무 종사자에게 개인 보호구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업무 중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산재보험 처리가 가능합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호구 착용 자체가 여름 더위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결론

    하루 평균 6명이 개에게 물려 병원에 실려 갑니다. 저는 20년 넘게 현장을 돌면서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개를 키우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닙니다. 묶어 두지 않는 것, 방치하는 것, 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개를 키우기로 선택한 사람에게 있고,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피해는 늘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정리하면, 안전 장비 지급보다 위험 환경을 줄이는 게 먼저입니다. 견주 한 사람이 개 목줄 하나 제대로 매는 것이 그 어떤 정책보다 빠르고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검침원이든, 택배 기사든, 우편 집배원이든, 누구도 남의 집 마당에서 개에게 물려 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