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침을 다니다 보면 논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전봇대를 자주 봅니다. 수확철이 되면 콤바인이 그 앞에서 멈추고, 기계가 못 가는 자리는 사람이 낫으로 직접 벱니다. 이런 전봇대를 지장전주라고 부른다는 걸 저도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봤습니다. 전국 사유지에 160만 개가 넘게 박혀 있다고 하니, 이 불편을 혼자 감당해온 분들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사유지 전봇대, 그냥 두어야 하는 걸까요?검침 일을 하면서 이맘때가 되면 꼭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전봇대, 옮길 수 없냐"는 겁니다. 처음 몇 번은 "한전에 문의해 보세요"라고만 답했는데, 같은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 제가 더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었습니다.지장전주란, 사유지 위에 설치되어 있어 토지 소유자의 생활이나 영농 활동에 실질적인..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곰장어 가게 체납 건으로 단전을 나갔습니다. 세입자는 월세까지 밀린 채 연락이 끊겼고, 현장에는 건물주 혼자 남아 계셨습니다. "전기를 끊으면 가게 안은 어떻게 치우라는 거냐"며 화를 내셨는데, 그날 제가 안내해 드린 방법이 '대체신설'이었습니다. 밀린 전기요금을 내지 않고도 같은 자리에서 전기를 다시 쓸 수 있는 절차입니다. 직권단전,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직권단전이란 한국전력이 요금 미납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 계량기를 강제로 차단하는 조치입니다. 쉽게 말해 납부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용자의 전기를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끊는 것이고, 이 조치가 이루어지면 해당 계약은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게 됩니다.제가 방문한 현장은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좌측에는 오토바이센터, 우측에..
"이제 곧 검침원은 필요 없어질 거예요." 20년 넘게 검침 일을 하면서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즉 첨단 원격검침 인프라 얘기입니다. 이미 보급이 90%에 육박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온 입장에서는 숫자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현실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보급 현실 — 90%라는 숫자 뒤에 감춰진 것들한국전력은 2010년부터 AMI를 전국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AMI란 전자식 전력량계와 양방향 통신망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계량기와 관제 서버가 서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기존 아날로그 계량기가 사람이 직접 눈으로 읽어야 했다면, AMI는 원격으로 사용량을 수집하고 전송..
솔직히 저는 검침 업무로 현장을 다니기 전까지 전기 신규 신청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습니다. 고객님들이 "계량기 하나 추가하는 데 얼마예요?"라고 물어보실 때마다 한마디로 답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신규 설치부터 증설, 구좌 분리까지 각각 절차도 다르고 비용 구조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전체 흐름을 정리해 드립니다. 신규 설치 신청, 왜 헷갈릴 수밖에 없나요즘 신도시가 전국 곳곳에서 개발되면서 신규 전기 설치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에 전기를 넣어야 하는데, 어디에 먼저 연락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나보면 한전에 직접 전화하시는 분도 있고, 건축업체에 일임하시는 분도 있습니다.가장 먼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