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구역 동료가 개한테 물렸대요." 10월 하순, 검침을 돌던 중에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소방청 통계로 2017년부터 7년간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15,692명, 한 해 평균 2,200명이 넘는다는 기사(출처: 아시아경제)를 볼 때만 해도 "나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그 숫자 안에 제 동료가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검침원 현장, 그날 일어난 일어느덧 10월 하순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저는 5차 검침 22일자 구역을 돌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근 구역을 담당하던 동료가 현장에서 개에게 물렸다는 겁니다.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바지 오른쪽 부분이 완전히 찢겨 나가 있었고, 물린 자국에서는 피가 ..
20년 넘게 검침 일을 해오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을 여러 번 마주쳤습니다. 어느 여름날 농촌 마을 한 집에서 문을 열었을 때, 제가 맡은 건 전기계량기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집배원과 검침원이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돼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소식, 저는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공감합니다. 현장 경험: 검침원이 처음 마주한 고독사의 현실지난 여름, 농촌 지역 검침을 돌다가 있었던 일입니다. 마당에 들어서며 "전기 검침 왔습니다"라고 외쳤는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흔히 있는 일이라 새시문을 열었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그 집은 오래된 슬라브 구조 건물이라 전기계량기가 건물 대들보 위에 부착돼 있었습니다. 여기서 전기계량기란 ..
솔직히 저는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안전감시원이 그냥 현장에 서서 지켜보기만 하는 역할인 줄 알았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새삼 실감합니다. 매일 새벽 현장으로 나가 근로자 한 명 한 명의 장구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 전 회의부터 마무리 보고까지 모든 흐름을 함께 쫓다 보면 이 일이 단순한 '감시'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됩니다. 현장점검, 아침부터 시작되는 긴장배전공사 현장에서 제가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은 늘 비슷합니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 그날의 공사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공종별로 점검 체크리스트를 직접 작성합니다. 증설·신설공사, 불량전주 교체공사, 변압기 교체공사, 수목전지공사, 수급지점 개폐기 조작공사 등 공사 종류마다 위험 포인트가 다르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