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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안전감시원이 그냥 현장에 서서 지켜보기만 하는 역할인 줄 알았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새삼 실감합니다. 매일 새벽 현장으로 나가 근로자 한 명 한 명의 장구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 전 회의부터 마무리 보고까지 모든 흐름을 함께 쫓다 보면 이 일이 단순한 '감시'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됩니다.
현장점검, 아침부터 시작되는 긴장
배전공사 현장에서 제가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은 늘 비슷합니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 그날의 공사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공종별로 점검 체크리스트를 직접 작성합니다. 증설·신설공사, 불량전주 교체공사, 변압기 교체공사, 수목전지공사, 수급지점 개폐기 조작공사 등 공사 종류마다 위험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TBM(Tool Box Meeting)이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서 TBM이란 작업 투입 전에 부서장 주관으로 진행하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를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날의 일정 확인, 개인 안전 장비 점검, 위험성 평가 공유, 안전 구호 제창이 순서대로 이뤄집니다. 제 역할은 이 TBM이 형식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솔직히 바쁜 현장일수록 이 회의가 대충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걸 제가 잡아야 합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위험 예지 활동(KYT, Kiken Yochi Training)을 수행합니다. 위험 예지 활동이란, 작업 시작 전에 현장 주변의 잠재적 위험 요소를 미리 찾아내고 작업자와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전주 주변 차량 통행량, 지중 작업 시 밀폐 공간 여부, 지반 상태 같은 것들을 눈으로 직접 훑습니다. 서류 위의 점검이 아니라 발로 뛰는 점검이라는 게 제 경험상 이 일의 핵심입니다.
인력·장비 일치 확인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작업통보서에 적힌 투입 인원과 장비가 실제 현장과 일치하는지 반드시 대조합니다. 한 번은 서류엔 4명이었는데 실제론 3명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냥 넘겼다면 작업 중 공백이 생길 뻔했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가 사고로 이어지는 게 이 현장입니다.
실시간 감시, 눈을 떼면 안 되는 순간들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제가 집중하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 절연 고무장갑 및 절연 소매 착용 여부 — 검사 필증 스티커가 붙은 정품인지까지 확인합니다. 연 1회 검사를 통과한 장구만 현장에서 써야 합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고소 작업 시 안전대(안전벨트) 체결 여부 — 버킷 위에 올라간 순간부터 체결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합니다.
- 검전 및 접지 상태 확인 — 활선 차량 이용 시에는 검전과 접지가 되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합니다.
- 차량 고임목 설치 상태 — 평지에서는 전후방 바퀴에 2개, 경사지에서는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최소 4개 이상을 설치해야 합니다.
- 아웃트리거 지반 확보 여부 — 고소 작업차의 아웃트리거가 단단한 지반 위에 올바르게 펼쳐졌는지 확인합니다.
안전장구,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다
올해 여름은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40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안전모와 안전조끼, 안전화를 착용하고 현장에 서 있었지만, 실제로 절연 안전모(AB종)에 방염 작업복까지 갖추고 버킷 위에 올라가는 작업자들을 보면 그 고생이 어느 정도인지는 몸으로 압니다.
절연 안전모(AB종)란, 일반 안전모와 달리 전기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절연 성능이 추가된 모자를 말합니다. 배전 현장에서는 이 AB종 이하는 아예 착용 자체가 안 됩니다. 방염 작업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염 작업복이란 전기 아크(arc) 발생 시 순간적인 불꽃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특수 소재의 작업복으로, 일반 면 작업복과 외형은 비슷해도 성능은 전혀 다릅니다.
제가 현장에서 유독 자주 확인하는 게 절연 고무장갑과 절연 소매입니다. 이 장구들은 연 1회 정기 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합격품에는 반드시 필증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필증이 없는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작업자를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도 모르고 가져온 경우였습니다. 그냥 넘기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간접 활선 공법에 대해서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간접 활선 공법이란 전기를 차단하지 않은 상태, 즉 전력이 흐르는 활선 상태에서 절연 공구를 이용해 작업하는 방식입니다. 이 공법을 적용할 때는 절연 버킷 반경 내 모든 설비에 방호 조치가 이뤄져야 하며, 무정전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 적용 시에는 무거운 케이블이 추락하지 않도록 가지지(임시 지지대)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생략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한전MCS는 현재 전국 195개 사업소에서 470명의 안전 감시원을 운영하며, 1현장 1안전 담당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전MCS). 저처럼 저압공사 위주를 담당하는 인력도 있고, 고압공사는 별도 감리업체 감리원이 맡는 구조입니다. 규모가 크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현장마다 단 한 명이 전담한다는 무게감은 숫자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전공사 안전감시원은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A. 별도로 정해진 단일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한전MCS의 경우 전문 양성 과정을 거쳐야 현장에 투입됩니다. 전기·안전 관련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제 경험상 실제 현장 감각은 투입 후 시간이 쌓이면서 붙습니다.
Q. TBM은 모든 배전공사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나요?
A. 네,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는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안전감시원이 진행 여부를 확인합니다. 형식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내용까지 챙기는 게 중요한데, 바쁜 현장일수록 이걸 제대로 잡는 것이 사고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느낍니다.
Q. 절연 고무장갑은 얼마나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연 1회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고, 합격한 장갑에는 필증 스티커가 부착됩니다. 스티커가 없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장갑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걸러내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Q. 고소 작업 시 차량 고임목은 왜 경사지에서 더 많이 설치하나요?
A. 평지에서는 전후방 바퀴에 2개를 마주 보게 설치하면 되지만, 경사지에서는 차량이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최소 4개 이상을 설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고소 작업차가 경사지에서 밀리면 버킷 위 작업자가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건 타협 없이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결론
올해 저희가 담당한 현장에서는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시즌을 마쳤습니다. 그 뒤에는 무더위에도 안전모와 안전조끼를 벗지 않고 하루 종일 서 있었던 동료들이 있습니다. 장시간 서 있는 탓에 다리가 퉁퉁 붓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오는 날이 많았지만 — 그래도 현장 작업자 여러 명의 안전을 지켰다는 것, 그게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안전감시 업무에 관심이 있거나 현장 점검 기준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산업 현장 안전 기준을 총괄하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함께 참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숫자와 체크리스트 뒤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이 일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