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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단전 현장을 직접 다녔던 저로서는, 이번 고독사 사건 뉴스를 보고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3개월 체납 정보가 복지부에 넘어가고, 지자체가 방문해야 한다는 시스템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선 주소 하나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주소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인 함정인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복지 사각지대, 시스템은 있는데 왜 작동을 안 했나
정부는 지난달 2027년까지 고독사 사망자를 20% 줄이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이미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수원 세 모녀 사건도 그랬고,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3개월 이상 미납한 가구 정보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면, 지자체가 해당 가구를 위기 가구로 등록하고 직접 방문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위기 가구'란 경제적·신체적·사회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기 어려운 가구를 말합니다. 말하자면 도움을 요청조차 못 하는 분들을 국가가 먼저 찾아가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지자체는 한전이 전달한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방문을 미뤘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가봤더니, 두 주소는 같은 대문 안에 있었고 대문에 두 주소가 나란히 표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사망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면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상황이었습니다. 지자체 측은 더 위험한 가구에 먼저 방문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던 중 사망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저는 이 해명이 틀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담당 공무원 한 명이 수십 건의 위기 가구를 맡는 현실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그렇지만 주소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아예 현장 방문을 건너뛰는 건,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서류를 처리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 한전 → 복지부 → 지자체로 이어지는 위기 가구 통보 체계는 이미 구축되어 있음
- 3개월 이상 전기요금 체납 시 위기 가구로 등록되고 지자체 방문 조치가 원칙
- 주소 불일치가 현장 방문 지연의 명분이 됐지만, 현장엔 두 주소가 함께 적혀 있었음
- 담당자 부족과 우선순위 처리 방식의 한계가 시스템 공백을 만들고 있음
단전 시공 현장에서 직접 겪은 주소 오류의 민낯
저는 한전에서 전기요금 단전 시공 및 재공급 업무를 직접 해왔습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전기요금이 체납되면 완전히 단전 처리가 됐고, 촛불을 켜다 화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도가 많이 바뀌었지만, 현장에서 겪은 주소 문제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현행 절차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미납 2개월이 되면 전기요금 청구서에 해지예고서를 동봉해 발송합니다. 3개월 이상이 되면 체납해지시공서를 발행하고, 담당 직원이 전화 통보, 현장 독촉장 부착 등 최대한 수금 활동을 진행한 뒤 전류제한기를 부설하거나 단전 시공을 합니다. 여기서 '전류제한기'란 완전히 전기를 끊는 것이 아니라 사용 가능한 전류량을 최소화해 냉장고나 기본 조명 정도만 쓸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주택용에 한해 이 방식으로 최소한의 전기 공급을 유지해 주는 것이지요.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60세 이상 노인 거주 가구, 19세 미만 자녀 거주 가구, 지하층 거주자는 단전유예 대상입니다. 여기서 '단전유예'란 체납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일정 기간 단전 처리를 미뤄주는 조치입니다(출처: 한국전력 사이버지점). 이 제도를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사정이 어려우시면 한전 고객센터(123)에 꼭 먼저 전화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일할 때도 상담을 통해 유예를 받은 사례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문제는 주소입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혔던 문제였습니다. 도로명 주소 체계가 도입된 이후에도 한전 내부 시스템에 구주소(지번 주소)로 등록된 계약 건이 여전히 많습니다. 등록 당시 주소 오류로 청구서가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독촉장이 잘못 전달되는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더 흔한 경우는 이사를 하면서 이사정산이나 명의변경을 하지 않고 그냥 나간 경우입니다. 이전 거주자 이름으로 3개월 이상 기본요금이 쌓이면,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거주자에게 단전 시공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이 생깁니다. 이번 사건의 주소 불일치 문제도 저는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기요금 3개월 체납하면 무조건 단전되나요?
A. 주택용의 경우 완전 단전이 아닌 전류제한기 부설로 최소한의 전기를 유지해 줍니다. 기초생활수급자, 60세 이상 노인, 19세 미만 자녀 거주 가구 등은 단전유예 대상이기도 합니다. 사정이 어려우시면 한전 고객센터(123)에 먼저 상담하시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Q. 한전이 복지부에 체납 정보를 넘기면 자동으로 지자체가 방문해 주나요?
A. 시스템상으로는 위기 가구 등록 후 지자체 방문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담당자의 우선순위 판단이나 주소 불일치 문제로 방문이 지연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자동으로 보장되는 방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도의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이사할 때 이사정산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이전 거주자 명의로 기본요금이 계속 쌓이고, 3개월 이상이 되면 새로 입주한 거주자에게 단전 시공이 이뤄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실제로 여러 번 목격한 일입니다. 이사 시 반드시 이사정산과 명의변경을 챙기셔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Q. 고독사 예방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A. 주변의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취약 이웃에게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이번 사건이 다시 보여준 만큼, 이웃 간 관심이 제도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
정부가 고독사 20% 감소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솔직히 저는 숫자보다 현장이 더 걱정됩니다. 위기 가구 통보 시스템도 있고, 단전유예 제도도 있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주소 하나가 틀렸다는 이유로 멈춰버렸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겪은 한전의 주소 체계 문제, 구주소와 도로명 주소 혼재 문제는 단순히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이 다시 확인시켜 줬습니다.
제도를 탓하는 분들도 있고, 지자체 인력 부족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전 내부 주소 데이터 정비와 복지부 연계 정보의 현장 검증 체계 강화입니다. 더불어 전기요금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전 안내를 받기 전에 한전 고객센터(123)에 먼저 연락해서 단전유예나 복지할인 제도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